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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마트폰에 보이는 1% 교육의 벽

마을지기 2010.07.16 03:49 조회 수 : 6963

[기고] 스마트폰에 보이는 1% 교육의 벽

  • 한준상 연세대 교수·교육학 (조선일보)
  • 아이폰(I-Phone)은 이제 교실 속으로도 파고들고 있다. 트위터라는 지원군을 업고 아이폰은 이제 수업의 도구로까지 쓰인다. 강의나 학습의 혁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이폰에는 좋은 부품을 모아놓은 것, 그 이상의 느낌이 가득하다. 설계 초기부터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만든 물건, 서양의 장인(匠人)들이 품고 있는 창발적인 예술 감각이 서려 있다 해도 좋을 만한 물건이다.

    아이폰의 디자인에는 스티브 잡스가 티베트에서 구도(求道)하면서 고승들에게서 얻어내려고 했던 그 예술적인 혼이 깃들어 있다. 저들은 그것을 절대적인 창조력을 위한 배움의 미학이라고 부른다. 저들에게 배운다는 것은 삶을 노래하는 것이고, 배운다는 것은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것이고,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단련한다는 말인데, 아이폰에는 그 배움의 정신이 가득하다.

    디스플레이는 한국의 회사에서 사고, 배터리와 CPU는 다른 한국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조립은 대만에서 하는 식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간 것도 구도의 증좌처럼 보인다. 사실 아이폰을 만드는 회사는 애플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처음부터 만들어 내려고 한 원초적인 '그 무엇', 그 욕망이 있었기에 애플사만이 모든 찬사를 가져갈 수 있었다. 부품비라고 해야 기껏해서 171달러 남짓이다. 소비자들은 그 전화기를 800달러의 고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다. 싱글벙글, 웃음도 감추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에는 제대로 산 것 같다'는 자긍심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 도전자들을 내놓았다. 아이폰의 대항마로서 만들어 낸 최첨단 제품이다. 사람들은 아이폰과 이 도전자들을 양손에 쥐고 이모저모 살펴본다. 일단 작동시켜 보면 만든 사람의 발상과 능력, 재주, 장난기까지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스마트폰의 기능이 훌륭하기는 저들 제품 그 이상이다. 화질도 압도적이고 터치 역시 예전과 사뭇 다르다. 정말로 이번에는 '국산' 같지 않은 제품들이다. 최첨단 기술이 융합돼 있기에 더욱더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최고의 소재들을 모아놓은 제품인데도 무엇인가 허전한 것이 있다. 나 한 사람만의 편견이 아니라, 꽤 안다는 여러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아이폰을 넘어서려는 몸부림도 이해할 만하고, 애끓은 머리 부림에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영원히 각인될 수 있는 '그 무엇'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생각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아쉬운 흔적은 바로 한국 교육의 효과가 남긴 앙금일 수 있다. 좋은 것이라면 다 해보고, 좋은 방법이라면 모조리 대입(代入)시켜본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 제품'이 바로 한국 학교 교육이다. 얼떨결에 오바마 대통령의 찬사도 들은 교육이다. 세계적인 휴대전화와 텔레비전, 자동차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한국 학교 교육이다. 그러나 베끼기 달인(達人)의 교육이었다. 그 생래적 한계는 극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학교 교육은 분명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일 뿐이다. '우수하다'는 점수는 받을 수 있지만, 감탄을 불러내지는 못한다. 1% 모자라는 한계 때문이다. 서양인들은 우리 교육에 부족한 그 1%를 '배움의 벽'이라고 부른다. 그 1%를 채워야만 벽을 넘어설 수 있다. 늦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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