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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 더 늦기 전에 근본으로 돌아가자 [중앙일보]

마을지기 2009.10.29 06:22 조회 수 : 7148

요즘 우리 사회는 특목고 및 외고 문제 등 주요 교육 현안에 대한 논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교육의 전반적인 과정을 통해 실현되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교육의 궁극 목적을 되뇌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느덧 균형감을 잃은 채 교육의 외재적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교육현상’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청와대에서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니 좋은 방향으로 개선은 되겠지만,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내재적 목적인 ‘교육본질’로 돌아가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바른 교육’인가? 새삼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한 우리 현실이 걱정스럽다. 특정학교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면서 존폐를 운위하는 것은 수시로 야기되는 교육현상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사회적 불안만 가중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세계가 주목하는 명문으로 도약한 학교들에 잘못이 있는가? 지난날의 가혹한 규제 속에서도 각고분투해 오늘의 경쟁력 있는 학교를 만든 것이 죄라면 누가 이 나라 교육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는가.

민주교육은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이지 결과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결과의 균등을 전제하면 교육은 자기한계에 갇혀버린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에 평준화·획일화 교육정책의 폐해를 충분히 경험했다. 개천에서 용도 나고 군계일학도 뜨는 것이 교육이다. 그것이 창의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이 정부의 자율화 교육정책이 아닌가.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목고나 자립형, 그리고 기숙형 등 다양한 학교모델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인 줄 안다. 이런 다양한 노력으로 좋은 인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최근 방한한 케임브리지대학 앨리슨 리처드 총장이 “교육에 대한 (결과로서의) 평가는 필요하나 그 결과가 어떤 교육과정을 통해 나타났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우리는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교육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부부가 파경의 위기에 처할 때 연애시절로 돌아가 보면 문제가 풀린다는 말이 있다. 또 수사가 미궁이나 답보상태에 빠지면 사건의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고도 한다. 중세의 인문주의 운동도 학문의 변질을 우려하며 고전으로 돌아가자는 근본운동이었고, 르네상스 역시 궁정의 시녀로 전락한 당시 예술의 회귀운동이었다. 모든 면에서 ‘근본으로(ad fontes)’ 돌아가 제자리를 잡아야 하겠지만, 위험수위에 이른 오늘의 교육이야말로 더욱 그렇다. 교육의 제자리는 공교육이 회복되는 바로 그 자리에 다름 아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거기서 경쟁력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본연을 회복하는 길이며 교육의 자기정초(自己定礎)다. 주지하듯이 공교육 회복의 관건은 사도(師道) 확립과 인성교육에 있다. 빌 게이츠의 말대로 “문제는 교사다”. 좋은 선생이 좋은 제자를 만든다. 교사가 탁월한 학문성과 인격, 그리고 권위의 삼위일체를 갖춰야 공교육이 산다. 고대 노천교실에서 역사적 인물이 나온 것은 위대한 스승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훌륭한 교사 양성과 인성교육에 주력해 주기 바란다. 우리 선생들은 진정 이 시대의 페스탈로치 같은 사명감으로 제자들을 가슴으로 가르쳐야 한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공교육이 강화되면 사교육은 자연히 제도교육에 흡수될 것이다. 이 정부는 역대 정권처럼 집권 중에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조바심을 버리고 국가 백년대계로 교육의 근본부터 다지기 바란다. 우리의 교육이 근본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학부모들도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인내하며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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