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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 연착륙, 기업도 나서라

마을지기 2012.03.10 21:26 조회 수 : 1940

‘놀토’ 연착륙, 기업도 나서라

신헌철 SK 부산·대구행복한학교재단 이사장
봄방학을 한 주간 남기고 시작된 ‘새 학년 맞이 특별 새벽기도회’에 예년보다 훨씬 많은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교회당을 꽉 메웠다. 긴 겨울방학에 이은 봄방학도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 새 학년 새 학기의 학교 생활을 앞두고 무언가 차분히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고 싶은 마음에 새벽을 깨우며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지난해 초등학생 수는 53만6000명으로, 1972년의 118만4000명에 비해 반 이상 줄었다. 65년 이래 최저 인원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19대 총선을 앞두고 조사한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학교폭력(95%), 일자리(93%), 인성교육(92%), 서민경제(92%), 양극화와 사회안전망(81%), 공교육(80%)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 분야가 1·3·6위로 등재된 사실에서 대부분의 학부모가 바라는 우선 과제는 최근 각 정당과 정치인이 요란하게 외치는 자유무역협정(FTA)·재벌규제·부자증세·복지확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일부터 전국 1만1000개의 초·중·고교에서 720만 명의 학생이 일제히 주 5일제 수업에 들어갔다. 98년부터 단계적이면서 실험적으로 시작된 ‘놀토’가 이제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적용됨에 따라 학교·가정뿐 아니라 교육단체·학원, 심지어 종교단체 주일학교까지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됐다. 그동안 정부와 교육 당국이 많은 준비를 해 왔지만 전면적 실시에 따른 시행착오와 문제점을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해 정상화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필자는 지난 2년 동안 서울·부산·대구·울산 등의 지방자치단체·교육청과 더불어 저소득층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를 관민 합작의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느덧 이번 새 학기부터는 550명의 강사와 함께 1만5000명의 초등학생이 매일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오후 2시부터 저렴한 수업료를 내고 각종 학습·인성·스포츠·컴퓨터 등을 배우고 있다. 짧지만 2년 동안의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운영 경험에 비춰 보면 전면적 ‘놀토’ 시행에 따른 효과가 빨리 나타나기 위해서는 ‘놀토’가 오히려 ‘멍에’가 된 저소득층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해 줘야 한다.

 첫째, 준비가 부족한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물론이고 맞벌이를 해도 ‘놀토’를 갖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집에서 혼자 맴돌게 될 자녀 생각에 답답하기만 하다. 전국 720만 명의 학생 가운데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자녀는 75만 명이며 이 중 37만 명이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들 중 상당한 학생이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놀토’마다 TV·게임·PC방·길거리 배회에 더 많이 치우칠 수밖에 없다.

 둘째, ‘놀토’가 학습·인성·체험교육으로 활용되므로 사교육비가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 영향력은 그만큼 커지게 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벌써 토요학습반 학원 수강생이 20~30% 늘고 있고 토요심화반도 생기고 있다. 가정형편이 좋은 아이들이야 ‘놀토’에서 영어·수학·피아노·농구·태권도 등에 월 100만원이 지불되더라도 장래 투자로 여길 수 있지만 저소득계층에서의 교육비 증가는 그야말로 ‘멍에’가 된다.

 셋째, 전면적 ‘놀토’ 시행이 지역 간,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국민소득 상위 20% 계층은 하위 20% 계층에 비해 학원교육비(월 30만9000원)가 8.1배 많으며 소득 중 교육비 비중(15%)도 2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놀토’가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의 교육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하거나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면 결국 소득불평등의 확대, 재생산에 기여하는 꼴이 될 것이다.

 미국 뉴욕시의 123개 ‘작은학교’가 공립학교의 새 모델로 소개됐다. 이는 블룸버그 시장이 히스패닉과 흑인 등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업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다. 여기에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기금(5120만 달러)이 씨앗이 됐다고 한다. ‘놀토’가 우리 교육의 새로운 성공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 당국이 특히 저소득층의 ‘멍에’를 벗기는 일에 소매를 걷어야 한다. 여기에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몇몇 기업 외에 더 많은 기업이 스스로 한두 가지씩 기업 역량을 보태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가 곧 기업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신헌철 SK 부산·대구행복한학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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