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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학교 교육은 부실하고 사교육비에 허리 휘는데
전교조와 非전교조 학교 학생·학부모에 선택권 주고
학생 수에 따라 예산 지원해 경쟁 유도하면 어떨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할 때면 곧잘 한국을 모범 사례로 소개한다. 최근에도 지난 1월의 국정연설 등에서 "한국에선 교사가 국가 건설자로 알려져 있다"며 우수 교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제 한국의 우수 교사는 공교육을 떠나 사교육시장으로 갔다는 것을.

경쟁력을 잃어가는 우리의 공교육은 체벌(體罰) 금지 때문에 더욱 부실해지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새뮤얼 크레이머(Kramer) 교수의 저서 '역사는 수메르(Sumer)에서 시작되었다'를 보면 체벌의 역사는 오래됐다. 4000여년 전 수메르의 한 학생이 학교에서 회초리로 맞았다고 기록한 점토판이 발견됐다니 말이다. 그랬던 체벌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여기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같은 좌파 교육자들의 공헌이 크다. 그렇다면 체벌이 사라진 우리의 교육 현장은 학생들의 천국이 됐을까? 그래서 학부모들은 행복할까?

서울 서래초등학교 김영화 교사의 현장 증언을 들어보자. "6학년 한 반에 문제학생들은 10% 정도다. 교사가 보는 앞에서 친구를 때리고, 교사에게 욕설을 하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체벌이 금기시되기 때문에 교사들이 문제학생을 그냥 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나머지 학생들도 나쁜 쪽으로 변해간다." 좌파 교육감과 전교조의 희망과는 달리 체벌 금지가 '교실 붕괴'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10% 문제학생들이 나머지 90% 학생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경제학에서는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ies)'라고 부른다. 이 부정적 외부효과 때문에 90% 학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공교육이 이처럼 부실해지니 학부모들은 그 대체재(substitutes)인 사교육에 더욱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문제학생들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바로잡는 수단으로 전교조 교사들은 '인성(人性)교육 강화'를, 비(非)전교조 교사들은 '체벌 재도입'을 주장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에게는 이들 중에서 선택할 자유가 없다. 좌파 교육감이 관할하는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문제학생들이 인성 교육에 감화돼 부정적 외부효과 발생을 중단할 때까지 계속 고통받는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줘야 한다. 기존의 학교들을 전교조 교사 중심의 가칭 '사랑의 학교'와 비전교조 교사 중심의 '정의의 학교'로 재편해 교육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 한 방법이다. 두 종류 학교 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려면 정부 예산을 재학생 수에 비례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학교든 학생이 줄어들면 그만큼 예산 지원을 축소해 교사 숫자를 줄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 문을 닫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전제하에서라면 곽노현 교육감 뜻대로 전교조 교사 중심의 '사랑의 학교'(또는 '혁신학교')를 설립해 체벌을 금지하고 교원 평가를 거부해도 좋다.

다음으로 '정의의 학교'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체벌 규정집'을 만들어야 한다. 규정집은 친구를 때리면 회초리 몇 대, 선생님께 욕하면 몇 대 등 체벌 수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그리고 체벌은 반드시 학교 내 상벌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후 실시한다. 그래야 "손바닥으로 맞으면 학생들이 장풍(掌風)을 맞은 듯 나가떨어진다"고 해서 '오장풍'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런 폭력 교사에 의한 '감정의 매'를 방지할 수 있다.

둘째, 교원 평가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교사의 연봉 수준과 재임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에릭 하누셰크(Hanushek) 교수는 미국 초·중·고의 바닥권 교사 5∼8%를 평균적 교사로만 대체해도 현재 OECD 하위권인 미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국제 순위가 최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최근 연구에서 밝혔다. 그만큼 교사의 질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역시 교원 평가를 제도화해서 무능 교사를 퇴출시킨다면 공교육만으로도 현재 상위권인 수학·과학 국제 순위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교원 평가 도입 시늉만 내며 전교조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학부모들은 교실 붕괴로 인한 공교육 부실화와 그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를 패러디해 우리 학부모들의 심정을 표현해보자. "바보야, 문제는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이야!"

 

  • 김인규 한림대 교수·경제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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