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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초등학교 한자교육 필요한가

마을지기 2013.07.27 07:27 조회 수 : 1386

[논쟁] 초등학교 한자교육 필요한가

[중앙일보] 입력 2013.07.27 00:45 / 수정 2013.07.27 00:45
[일러스트 = 박용석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5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한자교육추진단을 만들었다. 초등학교·중학교 교과서 단어를 중심으로 한자교육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교재도 개발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자어 어휘력이 낱말의 정확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만큼 수학능력에도 보탬이 된다”는 목소리와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고 국어교육을 무너뜨린다”는 반박도 있다.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한자어 지도는 학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전광진
성균관대 문과대학장
서울시교육청이 올 가을학기부터 초·중학교에서 방과후 한자교육을 대대적으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만화에서 학습지, 급수시험에 이르기까지 한자학습의 열풍이 거세다. 이에 비하면 공교육의 대응이 때늦은 감이 있으나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방과후 한자교육이 사교육을 조장하고,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저항도 있어 이에 대한 연착륙(soft landing·소프트 랜딩) 방안을 제시해 본다.

 표음(表音)문자는 음을 읽기에 좋고, 표의(表意)문자는 뜻을 알기에 좋다. 표음문자로만 적혀 있는 현행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겪게 되는 1차적인 고통은 한자(漢字)가 아니라 한자어(漢字語)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한자어를 읽을 줄 몰라서가 아니라 뜻을 몰라 심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전체 학생의 80%가 낮은 수업 이해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우대해야 한다”는 문장 가운데 핵심 어휘는 100% 한자어다. 한자 지식이 전혀 없는 학생들은 머릿속이 “○○○ ○○ ○○○를 ○○해야 한다”와 같이 캄캄하기만 하다. 한자 지식 부재로 이해력·사고력·독해력이 바닥 수준을 헤매고 있다. 이것이 ‘공부 혐오증’ ‘학교폭력’ 등을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전국의 모든 학생이 매일 매시간 겪고 있는 절골지통(折骨之痛·뼈가 부러질 정도로 매우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인식한 서울시교육청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 탄식함)과 더불어.

 한자어 지도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다만 교과서 한자어에 대한 어휘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을 ‘방과후 한자교육’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자교육은 특정 선생님에 의해 특정 시간에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하지만 한자어 지도는 과목마다 매시간 그때그때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있다. 영국 속담 ‘Strike the iron while it’s hot’도 같은 뜻이다. 과목마다 수업시간에 겪게 되는 괴로움과 고통을 꾹꾹 참아 두었다가 방과후에 몰아서 해결하겠다면 ‘식은 쇠’를 두들기는 것만큼 어리석고 무모한 일이다.

 ‘배려’란 한자어의 뜻이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는 것은 국어사전을 보면 금방 안다. 이 경우에 ‘배’와 ‘려’ 두 글자가 각각 무슨 뜻인지 알면 좀 더 분명하게 뜻을 파악할 수 있다. ‘나눌 배’(配)와 ‘생각 려’(慮) 같은 한자 지식을 바탕으로 ‘남에게 생각(慮)을 나누어(配) 줌’이라는 한자어 속뜻 정보를 얻도록 한자어 지도를 하면 된다.

 종합하자면 수학 능력, 즉 학력(學力)은 한자어 어휘력에 달려 있다. 전 과목 교과서에 석류알처럼 송송 박혀 있는 한자어를 접할 때마다 국어사전을 통해 ‘단김에’ 이해하는 것이 한자학습의 첫걸음이자 학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또한 시중엔 한자어 속뜻을 풀이한 사전도 나와 있다. 이러한 어휘 지도는 한자 선생님이 아니라 모든 과목, 모든 선생님의 기본적인 책무다. 특정 선생님에 의해 특정 시간(방과후)에 실시하는 한자교육에 대한 일부의 반감과 저항을 사전(事前)에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비행기 조종사의 소프트 랜딩은 목숨을 살리고, 학교 선생님의 한자어 지도는 학생을 살린다.

전광진 성균관대 문과대학장


아이들에게 한자 멍에까지 씌울 텐가

리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우리 아이들은 영어 조기교육 등 너무 많은 배움에 지쳐 있다. 시험 점수에 기를 펴지 못하고 온실 속의 꽃처럼 허약하게 자란다. 그런데 그 가르치는 것이 제 스스로 배우고 싶어서나 쓸모가 있어서가 아니라 부모의 무분별한 욕심과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앞날뿐만 아니라 나라의 앞날이 몹시 걱정된다.

 그런데 요즘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로 초등학교 책에 한자말이 많은데 그걸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과 한자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을 들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이 아니다.

 오늘날 책에 나오는 한자말은 거의 일제 식민지 때 배우고 길들여진 일본식 한자말이다. 광복 뒤에 그 한자말을 버리고 우리말을 도로 찾아 쓰자고 했으나 일본식 한자 혼용을 하자는 이들이 반대했다. 그리고 그들은 교과서에 있는 ‘세모꼴’이나 ‘네모꼴’이란 토박이말을 ‘삼각형’과 ‘사각형’이란 한자말로 바꿨다. 이렇게 한자말을 늘려 놓고는 이제 그 한자말을 알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 한심한 일이다.

 또 이들은 일본처럼 한자능력검정시험제도를 교육부로부터 허가받아 대기업 입사시험과 일류대학 입시에 유리하다면서 한자공부를 부채질했다. 그래서 한 해에 응시료와 교재 판매로 100억여원을 번다는데 초등학생들이 그 시험을 가장 많이 본다고 한다. 시험 문제는 초등학교 책에 있는 한자말이며 이를 한자시험 관련 단체들이 가르치고 관련 교재를 만들어 팔고 있다. 그런데 그 한자말 공부를 이제부터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고 세금으로 교재를 개발해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사교육을 도와주겠다는 말이다.

 한자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중국이나 일본 학생들은 고등학교 교육과정까지 마쳐야 그들 일상생활에 필요한 한자를 다 알 수 있지만, 우리는 초등학교 가기 전에 글자를 모두 안다. 그들에 견주면 10여 년이란 시간과 힘을 벌고 있으나 그 시간과 힘을 한글로 지식과 정보를 얻고 기술을 익혀 창조력을 키우는 데 쓰지 못하고 한자와 영어를 배우는 데 다 허비한다. 복 떠는 일이고 바보스러운 일이다.

 한자교육은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1800자를 배우는 것과 초등학교 자율학습으로 충분하다. 한·중·일 공용한자 800자도 마찬가지다. 다만 하루빨리 한문 전문가를 키워서 옛 한문책을 국역하고, 일본식 한자말을 씻어내고 우리 토박이말을 되살려내야 한다. 옛날보다 한자를 덜 쓰는데도 오히려 더 가르치겠다는 것은 딴 목적이 있거나 말글 본질을 모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弟子(제자)’란 말의 글자 뜻은 ‘아우 아들’이지만 그 말뜻은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다. 말뜻은 그 말소리와 문맥에서 나오는 것이지 글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글자가 보이지 않는 라디오 방송을 알아듣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자교육 강화는 우리 말글을 못살게 구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을 방과후에라도 동무들과 뛰놀며 튼튼한 몸과 정신력을 키우게 하여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꾼으로 자라게 하자. 아이들이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자. 그것이 아이들을 살리고 나라 힘을 키우는 일이다.
 
리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자료출처>중앙일보 http://joongang.joins.com/article/733/12184733.html?c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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