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좋은 글마당

오늘:
241
어제:
344
전체:
1,621,332
Since 1999/07/09

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한 살배기도 '호기심 천국' … 깜짝 놀라면 더 잘 배운다

[중앙일보] 입력 2015.04.03 03:00

미 존스홉킨스대, 11개월 아기 실험
비탈서 내려오는 장난감 자동차
벽에 부딪혀 멈추면 본체만체
벽 통과 등 신기할 땐 주의 집중
만져보고 두드리며 저절로 학습

갓 태어난 아이에겐 온 세상이 낯설다. 처음 보는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다. 한데 아이는 그중 어떤 것에는 관심을 보이고 어떤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도대체 기준이 뭘까. 전 세계 엄마와 인지심리학자들의 오랜 궁금증이다. 미국 연구팀이 그 답을 찾아냈다. ‘놀라움(surprise)’이었다. ‘기억을 증진시키는 가장 좋은 약은 감탄하는 것’(탈무드)이라는 유대인들의 경구(警句)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심리·뇌과학과의 리사 페이젠슨 교수팀은 어린 아기들이 예상한 것과 반대되는 경험을 할 때 그 대상에 대해 가장 잘 배우게 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왜 그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원리가 뭔지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아이들은 보통 신기한 것을 발견하면 뚫어져라 쳐다본다. 연구팀은 이런 행동이 단순히 보는 데 그치는지,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후 11개월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아이들 앞에 무대장치를 설치하고 한 그룹에게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장면을, 다른 그룹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보여줬다. 가령 내리막 비탈길 앞에 벽을 세워 놓고 자동차를 굴린다. 벽을 가리고 있던 가리개를 치웠을 때 한 그룹에겐 자동차가 벽에 부딪혀 멈춰 서 있는 모습을, 다른 그룹에게는 차가 마치 벽을 통과한 듯 벽 뒤편에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이어 아이 앞에서 자동차를 흔들며 특별한 소리를 들려줬다. 자동차란 물체와 소리를 서로 연결하는 학습을 시킨 것이다. 잠시 뒤 아이에게 자동차와 다른 장난감을 함께 보여 주며 먼저 들려줬던 소리를 다시 들려줬다. 마술처럼 ‘벽을 통과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소리가 들리자 그 자동차를 주목했다. 반면 벽에 부딪혀 멈춰 선 ‘평범한’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소리가 들려도 자동차를 본체만체했다. ‘신기한’ 경험이 자동차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높였고, 그 결과 자동차와 소리를 연결 짓는 학습을 더 잘하게 된 것이다.

 상자 위에 올려놓고 밖으로 밀어내도 계속 ‘허공을 달리는’ 자동차를 보여 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자동차 옆면과 뒤편 벽이 연결돼 있었지만 아이는 ‘비행 자동차’에 큰 호기심을 보였고 다른 장난감을 같이 보여 줘도 자동차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관찰했다. ‘벽을 통과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차가 딱딱한지 확인하기 위해 ‘탕탕’ 내리쳤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차를 집어 든 뒤 떨어뜨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페이젠슨 교수는 1일 기자들과 연 원격 전화회의에서 “아이들은 깜짝 놀랄 일을 경험할 때 더 잘 배우게 된다”며 “‘놀라움’을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도구로 써 볼 만하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의 사회과학 담당 편집자인 길버트 친 박사는 “아이들이 신기한 것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알아내려 애쓰는 학습 과정은 성인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방식과 같다”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 IQ가 다는 아니다 …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똑똑하다 마을지기 2015.12.03 317
80 옥스퍼드大의 면접 질문들 마을지기 2017.01.26 338
79 [The New York Times] 꿈꾸면 다 이뤄진다고요? 마을지기 2015.01.03 341
78 까다롭고 친구 못 사귀고 … 민감한 당신의 성격, 단점 아닌 개발해야할 능력 마을지기 2017.04.07 344
77 "코딩 기술 교육? 차라리 추리소설을 쓰게 하세요” -데니스 홍 마을지기 2018.06.29 383
76 소셜미디어에 비친 교사와 스승 마을지기 2015.06.13 384
75 순천 ‘기적의 놀이터’엔 아이들이 다쳐 멍들 권리가 있다 마을지기 2018.05.06 399
74 ['0교시 체육수업' 도입 주장한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교수] 마을지기 2017.04.18 446
73 사진으로 보는 한국 초등교육의 역사 마을지기 2014.10.26 483
72 외계어 같다고 대화 안할쏘냐? 마을지기 2017.04.22 521
71 "수렵시대에 적응된 뇌, 앉아만 있으면 쪼그라듭니다" 마을지기 2019.01.02 527
70 저출산 한국, 초등학교 등교시간부터 앞당겨라 마을지기 2015.01.03 531
69 [백성호의 현문우답] 재촉하는 부모, 기다리는 부모 마을지기 2014.10.26 538
68 [교육공감] '엄함'과 '억압'의 차이 마을지기 2014.07.10 550
67 유네스코 "한국 교육체계, 가장 성공적 사례에 속해" 마을지기 2014.01.30 592
66 [백성호의 현문우답] 통찰력 키우는 독서법 마을지기 2014.10.18 615
65 잠과 공부-[재미있는 잠의 비밀] 잠을 자야 기억력 좋아진다 마을지기 2014.03.16 678
64 청소도 기본교육이다. 총채 든 남자, 걸레 든 아이 마을지기 2014.03.25 705
63 위기의 중학생 왜, 전문가 진단 마을지기 2013.09.23 723
62 융합형 교육에 대한 세 가지 미신 마을지기 2014.03.03 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