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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배기도 '호기심 천국' … 깜짝 놀라면 더 잘 배운다

[중앙일보] 입력 2015.04.03 03:00

미 존스홉킨스대, 11개월 아기 실험
비탈서 내려오는 장난감 자동차
벽에 부딪혀 멈추면 본체만체
벽 통과 등 신기할 땐 주의 집중
만져보고 두드리며 저절로 학습

갓 태어난 아이에겐 온 세상이 낯설다. 처음 보는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다. 한데 아이는 그중 어떤 것에는 관심을 보이고 어떤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도대체 기준이 뭘까. 전 세계 엄마와 인지심리학자들의 오랜 궁금증이다. 미국 연구팀이 그 답을 찾아냈다. ‘놀라움(surprise)’이었다. ‘기억을 증진시키는 가장 좋은 약은 감탄하는 것’(탈무드)이라는 유대인들의 경구(警句)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심리·뇌과학과의 리사 페이젠슨 교수팀은 어린 아기들이 예상한 것과 반대되는 경험을 할 때 그 대상에 대해 가장 잘 배우게 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왜 그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원리가 뭔지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아이들은 보통 신기한 것을 발견하면 뚫어져라 쳐다본다. 연구팀은 이런 행동이 단순히 보는 데 그치는지,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후 11개월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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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아이들 앞에 무대장치를 설치하고 한 그룹에게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장면을, 다른 그룹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보여줬다. 가령 내리막 비탈길 앞에 벽을 세워 놓고 자동차를 굴린다. 벽을 가리고 있던 가리개를 치웠을 때 한 그룹에겐 자동차가 벽에 부딪혀 멈춰 서 있는 모습을, 다른 그룹에게는 차가 마치 벽을 통과한 듯 벽 뒤편에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이어 아이 앞에서 자동차를 흔들며 특별한 소리를 들려줬다. 자동차란 물체와 소리를 서로 연결하는 학습을 시킨 것이다. 잠시 뒤 아이에게 자동차와 다른 장난감을 함께 보여 주며 먼저 들려줬던 소리를 다시 들려줬다. 마술처럼 ‘벽을 통과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소리가 들리자 그 자동차를 주목했다. 반면 벽에 부딪혀 멈춰 선 ‘평범한’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소리가 들려도 자동차를 본체만체했다. ‘신기한’ 경험이 자동차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높였고, 그 결과 자동차와 소리를 연결 짓는 학습을 더 잘하게 된 것이다.

 상자 위에 올려놓고 밖으로 밀어내도 계속 ‘허공을 달리는’ 자동차를 보여 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자동차 옆면과 뒤편 벽이 연결돼 있었지만 아이는 ‘비행 자동차’에 큰 호기심을 보였고 다른 장난감을 같이 보여 줘도 자동차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관찰했다. ‘벽을 통과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차가 딱딱한지 확인하기 위해 ‘탕탕’ 내리쳤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차를 집어 든 뒤 떨어뜨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페이젠슨 교수는 1일 기자들과 연 원격 전화회의에서 “아이들은 깜짝 놀랄 일을 경험할 때 더 잘 배우게 된다”며 “‘놀라움’을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도구로 써 볼 만하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의 사회과학 담당 편집자인 길버트 친 박사는 “아이들이 신기한 것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알아내려 애쓰는 학습 과정은 성인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방식과 같다”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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