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좋은 글마당

오늘:
34
어제:
94
전체:
760,530
Since 1999/07/09

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외계어 같다고 대화 안할쏘냐?

마을지기 2017.04.22 20:59 조회 수 : 22

“외계어 같다고 대화 안할쏘냐?”

아빠 : 시험은 잘봤지?
딸 : 시망했어요.
아빠 : 시험이 어쨌다고?
딸 : 아니, 시험이 어쨌다는 게 아니라 시원하게 망했다고.
엄마 : 초영이는 잘하잖아.
딸 : 초영이? 초영이 극혐이지. 혼자서 개이득 봐서, 인생점수 쳤잖아.

한 방송사에서 과거 방영된 ‘안녕 우리말’이란 프로그램에 나오는 부모와 딸의 짧은 대화이다. 실제 인물들의 조금 어설픈 재연 이후 아빠는 “이런 불필요한 단어를 배우고 씀으로써 스스로의 품격을 낮추는 것 같다”고 평했고, 딸은 “우리 나름대로는 재미있고 입에 붙으니까, 어쩌다 부모님 앞에서도 튀어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시망, 극혐, 개이득, 인생점수….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현상에 대한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아래 단어의 뜻도 무엇인지 한번 맞혀보자.

①개이득 ②세젤웃 ③1.2㎏ ④병맛 ⑤심쿵 ⑥이욜 ⑦취저 ⑧멘붕 ⑨존예 ⑩오키도키 ⑪띠로리 ⑫노답

멘붕, 노답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심쿵까지도.
개이득, 1.2㎏, 병맛, 존예, 취저, 오키도키는 감은 오는데 맞는 뜻인지는 확신이 안 선다. 개이득은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 병맛은 병에 든 음료수 맛? 존예는 존경과 예의? 오키도키는 설마 워키토키?        
세젤웃, 이욜, 띠로리. 이건 뭐 감조차 안 온다.

요즘 아이들이 일상어로 쓰는, 어쩌면 이미 철 지났을지도 모를 위 단어 12개의 뜻을 모두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정답률 또한 더 낮아질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세대차이의 대표적 현상으로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언어단절이 꼽히기 시작했고, 대다수의 기성세대는 ‘외계어’와도 같은 아이들의 은어와 비속어를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무시된 채 무문별 하게 만들어진 신조어’라 간주하며 걱정 어린 눈길로 바라봤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비단 요즘 아이들만 유별나게 그러는 것일까?
‘셤, ㅎㅎㅎ, 뽀대난다, 헐…’
위 표현에 대한 정답률은 조금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다름 아닌 2005년 교육부가 ‘인터넷 언어가 국어를 파괴하고, 학생들의 문법 실력을 떨어지게 하며, 세대 간 단절을 가져온다’는 우려 아래 전국 일선 학교에 배포한 ‘인터넷 언어 순화 지도안’에 나온 사례들이다. 물론 이 외에도 ‘저놔(전화), 띰띰하다(심심하다), 음야(지루하다, 졸리다), p~(한숨)’과 같은 사례도 실렸지만, 언제 그런 게 있었나 싶다.
시간을 좀 더 내려와보자.

‘귀요미, 낚시글(질), 베프, 볼매, 솔까말, 안습, 지못미, 지름신, 차도남…’
개중에는 반가운 단어들도 보인다. 2010년 언저리에 사용되던 것들로, 지금 현재 살아남은 건 살아남았고 사라진 건 사라졌다. 구력(?) 좀 되는 표현들은 과도한 우려나 극한 거부감 없이 회자되곤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아이들의 ‘외계어’ 또한 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생성과 소멸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가운데 말이다. 다만 여기서 기성세대가 할 일은 극단으로 치달은 나머지 다소 거북스러운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걸러주는 일 정도가 아닐까 싶다. 기성세대 또한 ‘안냐세요, 어솨요’ 하며 PC통신 채팅방에서 인사 나누던, ‘8282, 1004, 1010235(열열이 사모해), 7942(친구사이), 2241000045(둘이서 만나요)’로 삐삐 치던 때가 있지 않았던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4월 24일부터 시작하는 ‘#쌤톡해요’ 캠페인도 이러한 의도에서 기획됐다. 무작정 ‘계몽’과 ‘훈계’로 다가가기 보다는, 조금 느슨한 잣대 아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또 다른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카카오톡 이모티콘 12개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한다. 앞서 아리송했던 12개의 단어는 바로 이모티콘으로 제작된 단어들이다. 플래시로 제작돼 단어와 그 뜻을 함께 볼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12개 단어의 뜻을 알아보자.

①개이득 - ‘많이’라는 뜻의 접두사 ‘개-’와 이득이 합쳐져 아주 큰 이득을 봤다는 의미. ‘개-’의 경우 ‘개살구, 개꿈’이 아니라 ‘개웃겨, 개피곤’처럼 쓰인다. 
②세젤웃 - 세상에서 제일 웃겨.
③1.2㎏ - 한 근은 600g, 두근두근. 
④병맛 -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 내용이 허술한 만화에서 유래.
⑤심쿵 - 심장이 쿵쾅쿵쾅 거린다.
⑥이욜 - ‘이야+욜’이란 뜻의 감탄사. 
⑦취저 - 취향 저격. 본인 마음에 드는 취향 또는 스타일과 꼭 맞는 상황.
⑧멘붕 - 멘탈(mental) 붕괴. 큰 충격에 얼이 나감.
⑨존예 - 정말 예쁘다. ‘존맛(맛있다), 존못(못생겼다)’ 등도 쓰인다.
⑩오키도키 - OK 보다 긍정·적극적 의미를 지님. 
⑪띠로리 - 맙소사! 절망, 좌절의 의미. 바흐가 작곡한 ‘토카타와 푸가’의 첫 소절을 표현.  
⑫노답 - ‘No 답’. 하는 짓이 변변치 않거나 어이없을 때 사용한다. 더 강한 표현으로 ‘핵노답’이 있다. ‘노잼(재미없음)’도 있다.

 

-한국교직원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 베이징대 총장의 ‘뼈아픈 사과문’을 보면서 마을지기 2018.05.12 1
98 AI가 지도하자 ‘수학 포기자’ 성적 28% 올랐다 마을지기 2018.05.09 2
97 [분수대] 예일대의 행복 수업 마을지기 2018.05.08 1
96 순천 ‘기적의 놀이터’엔 아이들이 다쳐 멍들 권리가 있다 마을지기 2018.05.06 2
95 인공지능 시대 이것이 필요하다 마을지기 2018.01.13 16
94 인공지능 시대 이렇게 바뀐다 마을지기 2018.01.13 9
93 명사 100인이 꼽은 미래역량 file 마을지기 2018.01.12 26
92 “아이에겐 클래식?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 함께 즐기는 게 최고 마을지기 2017.06.20 17
91 전교 꼴찌→司試 18등… 고교 야구선수의 '14년 집념' 마을지기 2017.05.09 19
» 외계어 같다고 대화 안할쏘냐? 마을지기 2017.04.22 22
89 ['0교시 체육수업' 도입 주장한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교수] 마을지기 2017.04.18 39
88 까다롭고 친구 못 사귀고 … 민감한 당신의 성격, 단점 아닌 개발해야할 능력 마을지기 2017.04.07 31
87 '2016 교육여론조사'의 주요 내용 마을지기 2017.02.11 30
86 옥스퍼드大의 면접 질문들 마을지기 2017.01.26 10
85 고도원과 4차 산업혁명 마을지기 2016.09.23 62
84 자녀 경쟁력은 수능시험에서 나오지 않는다 마을지기 2016.08.26 89
83 加 앨버타주, 20년 만에 교육과정 바꾼다 마을지기 2016.08.06 87
82 “학생참여 수업이 무조건 좋다?…교사가 상황에 맞게 정해야” 마을지기 2016.08.06 160
81 삐뚤빼뚤 악필… 연필 쥐는 법부터 가르쳐요 마을지기 2016.08.02 76
80 4차 산업혁명, 세계 5룡만 살아남는다 마을지기 2016.07.30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