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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교사 실력에 감탄하는 오바마 교육 참모

마을지기 2011.02.26 01:36 조회 수 : 8119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교육 칭찬은 늘 우리에게 화제다. 여러 번 반복돼서도 그렇고, 우리의 불만 대상이 바깥의 칭찬거리가 돼서도 그렇다. 오바마 대통령은 많은 나라 중에서 왜 하필 한국의 교육과 학교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일까?

그 비밀의 열쇠는 스탠퍼드대의 린다 달링-해먼드(Darling Hammond) 교수이다. 한국 교육계에도 친숙한 그녀는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자문단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오바마가 당선되자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녀를 교육부 장관 후보로 보도했다. 장관은 안 됐지만, 그녀는 여전히 오바마 대통령의 실질적 교육참모로서 국가 교육플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 교육학자들은 자신들의 민주주의적 교육 시스템에 대해 강한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여간해서는 외국 교육의 사례를 '성공'이라고 칭찬하지 않는다. 그런데 진보 교육학자인 달링-해먼드 교수가 그 금기를 깨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에서 외국 교육의 성공사례로 핀란드, 싱가포르, 한국을 꼽았다.

그렇다면 세 나라 중에서도 왜 한국일까? 핀란드는 넓은 국토에 적은 인구가 산재(散在)하며 도시화도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참고할 나라로 꼽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교육은 미국의 경제력이 우수한 도시나 학군의 모델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민주당 대통령이 부유층을 위해 싱가포르식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뉴욕·LA·시카고와 비슷한 규모의 대도시들과 농어촌이 함께 존재하는 한국이 선택권에 들어온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관심을 끈 것은 한국의 높은 대학 진학률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포기하지 않는 것이 바로 미국 국민의 학력신장이다. 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인력으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 이상의 학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달링-해먼드 교수는 미국 젊은층의 대학 졸업률이 턱없이 낮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대학 졸업률은 미국의 두 배 이상이라며 한국의 교육열을 부러워한다.

달링-해먼드 교수는 또 한국 교사들의 실력이 월등하다고 칭찬한다. 한때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많은 미국 주(州)들이 교사 수를 늘리기 위해서 교사가 되는 요구조건을 낮추었는데, 한국은 오히려 자격요건을 강화시켜 우수한 교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게 그녀의 분석이다. 미국 수학교사 중 70%만이 수학과나 수학교육학과 출신이지만, 한국은 95% 이상이 관련 전공 출신이다.

그녀는 또 한국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교무실 구조가 교수 학습자료와 교육에 관한 아이디어를 나누기에 적합하고, 새내기 교사에게는 훈련장이 된다고 칭송한다. 학생들은 교실에 앉아 있고 교사들이 찾아다니는 한국 교실 시스템이 그녀에게는 교사 교육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혁신 아이디어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을 칭찬하는데, 한국 교육부는 그것을 바꾸려고 야단이다. 과연 우리 교육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고 나서 국민적 합의를 모아 국가교육의 청사진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해볼 수 있는 마지막 큰 일거리이다.

 

한준상 연세대 교육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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