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좋은 글마당

오늘:
102
어제:
367
전체:
1,614,930
Since 1999/07/09

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행복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대

마을지기 2017.04.19 10:50 조회 수 : 144

반포 33평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도 '강남 서민' '하우스 푸어'를 입에 달고 산다. 자기 집이 아니라 은행집(주택담보대출)이며, 아이들 학원비 때문에 저축은 꿈도 못 꾼다는 것이다. 예외적인 하소연일까. 1년 전 NH투자증권의 100세 시대 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중위 소득의 150% 이상을 버는 상대적 고소득층 가운데 자신을 '빈곤층'으로 여기는 비율이 49%였다. 중위 소득의 150%면 4인 가족 기준 월 563만원. 월 600만원 가까이 버는데 중산층도 아니고 빈곤층이라. 물론 스스로가 그렇게 여긴다는 데 핵심이 있다.

이번에는 세대의 사례. 소설가 장강명의 장편 '한국이 싫어서'는 꽤 화제가 됐지만, 비슷한 시기에 번역된 일본의 '절망의 나라에서 행복한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지은이는 도쿄대 박사과정인 85년생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 제목이 곧 메시지다. 취업률이 바닥이고, 결혼도 힘들며, 고령화로 청년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데도 자기 또래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해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 이후 일본 경제가 불황을 탈출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이 책의 일본 출판은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정점이던 2011년의 일이었다.

'절망의…'가 한국에서 번역된 뒤 장강명이 노리토시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만약 일본 소설가가 '일본이 싫어서'라는 책을 쓴다면 반응이 어떨 것 같으냐고.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공감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대다수 일본 젊은이들은 '일본을 버려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일본에 태어나서 좋다'고 대답한 젊은이들이 100%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조선일보 DB
까닭은 뭘까. 일본의 젊은 사회학자는 소박한 행복에 안주하는 '자기만족적 삶'으로 봤다. 스마트폰이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가 있고, 이를 함께 즐길 만한 친구나 연인 등 사회관계자본이 있다면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해하지 마시길. 사회 시스템에 책임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소박한 자기만족적 삶'이 절대 가치라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강남에 아파트 가진 사람도 못살겠다 푸념하고, 이 땅에서가 아니라 이민을 통해 '자기만족적 삶'을 찾겠다는 태도에 대한 문제 제기다.

안타깝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지금까지의 성장 못지않게 해체도 압축적이다. 대학 진학→취업→결혼→4인 가족→아파트 마련. 이전의 기성세대가 '행복'의 필요조건이라 믿었던 연결 벨트는 지금 역순으로 무너지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AI와도 일자리를 놓고 싸워야 하지 않는가.

'교육 사다리' 복원이나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양극화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는 별도로 행복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 같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을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대비가 필요하다. 이 유동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자신만의 행복을 정의할 수 없다면 매일매일이 지옥일 테니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8/2017041803429.html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⑭ 아이들의 미래- 심리학자 유미숙 교수 마을지기 2013.12.20 18444
56 복잡계 네트워크 - 얽히고 설킨 세상 네트워크로 푼다(바라바시) 마을지기 2007.11.18 13759
55 상사-부하관계, '가족같기도 원수같기도' 몽상가 2007.11.23 10056
54 힐러리의 야심과 진심 - 너무 남의 평가 의식하다가 자기 진심 담은 목소리 잃어 마을지기 2008.02.18 9642
53 [weekly chosun] 교사 잡는 일본 학부모 '몬스터 페어런트' 마을지기 2008.11.17 8309
52 쌍기역으로 이루어진 한 글자 마을지기 2009.11.24 8239
51 한국의 노동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안 되는 이유 - 장용성 연세대 언더우드 특훈 교수(미 로체스터대 교수) 마을지기 2009.05.09 8195
50 'TGiF(Twitter·Google·iPhone·Facebook) 시대' 해부한다(앱 개발업체CEO들이 본 아이폰 성공비결) 마을지기 2010.06.06 6854
49 현재 만42세 이하가 '5565세대' 되면 新보릿고개 10년 닥친다 마을지기 2011.04.21 5032
48 여자 상사 밑에 있는 여직원들 승진 왜이리 힘든가 했더니… 마을지기 2012.08.17 2040
47 라제시 찬디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핵심 고객 재정의가 혁신의 기본" 마을지기 2016.01.31 1924
46 [중앙시평] 올림픽 소고[중앙일보]-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마을지기 2012.08.18 1767
45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⑤ '지혜의 보고' 신화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마을지기 2013.10.29 1276
44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⑦ 동양신화의 재발견 -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 마을지기 2013.10.29 1163
43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⑨ 자연의 순리 -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마을지기 2013.10.29 1106
42 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③ 심리학의 역설 -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마을지기 2013.10.29 1072
41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② 뇌과학의 메시지-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마을지기 2013.10.29 1050
40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⑥ 천문학의 지혜 - 홍승수 서울대 명예교수 마을지기 2013.10.29 1032
39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① 공자·노자의 자기혁신 마을지기 2013.10.29 1027
38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⑧ 역사의 울림 -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마을지기 2013.10.29 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