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성시대다. 사진을 소수의 작가들만 하는 순수예술이라고 생각하든 매일 올리는 SNS의 양념이라고 생각하든, 사진이 현대인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도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아쉬운 건 사진가는 넘쳐나는데 이른바 ‘사진현상’에 대한 성찰과 글쓰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진평론가 진동선(55)과 박평종(45)이 나란히 내놓은 두 권의 평론집은 각기 성격은 다르지만 사진 글 가뭄 속에 단비
같은 책이다.
진동선의 『사진예술의 풍경들』은 19세기부터 현대까지 예술로서의 사진의 역사를 훑는다. 예술사진을 “화살의 과녁처럼, 사격의
표적판처럼 오로지 눈과 심장과 손으로 대결하는 의미의 격발이고 감성의 관통”이라 푸는 감각적인 서술 속에 소위 ‘전설’이라 할 만한 작가들의
작품이 연대기 순으로 펼쳐진다.
저자의 관심은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각각의 작품이 어떻게 새로운 표현과
미학을 구축하였는지에 집중된다. 목표 지점은 ‘사진으로서의 예술’이다.
진씨는 사진을 “예술이 끝없이 그 모습을
바꾸게 하는 장본인”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 증거들을 차례로 제시한다. 특히 현대사진을 다루는 부분에서 표현과 미학에 집중하는 저자의 관점이
더 잘 드러난다. 무표정한 인물사진의 새로운 미학이나 패션사진의 사회적 메시지를 활용하는 방법, 디지털 홍수 속에서도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작업의
의미 등을 문화적 맥락에서 알기 쉽게 설명한다.
1826년 무렵 니엡스부터 2006년 구이도 모카피코까지 더듬은
그는 사진예술의 두 가지 모습을 제시한다. 기록 중심인가, 표현 중심인가. 거울의 방인가, 창의 방인가. 어느 쪽을 고르느냐가 당신 사진의
정체성이 될 것이라며.
사진가 노순택의 2009년 ‘좋은, 살인’ 연작. 사진 평론가 박평종은 이를 두고
“생명주권을 빼앗긴 야생인류의 생태학”이라 부른다. [사진 달콤한책]
박평종의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는 이미 책 제목에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의 과거보다 현재에, 서양사진보다 한국사진에 초점을 맞췄기에 더 절실하다.
한성필·구성수·노순택·강용석·노상익·김규식·최봉림 등 한국의 사진가들을 매만진 애정 어린 작가론, 사진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제도와 행사를
향한 신랄한 평가, 디지털 환경에서 급변하는 사진문화에 대한 고찰 등 사진비평가의 현재진행형 고민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풀어 놓았다. 2010년
『한국사진의 자생력』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의식을 대중과 함께 이야기하고자 애쓴 마음이 읽힌다.
저자는 유명하기는 하나
대접은 잘 받지 못하는 ‘B급 작가’를 주목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진 작품의 가치가 생겨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이론과 실제, 이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전개로 설득력을 높였다. 해외 유명작가 중심의 전시, 소위 주체적 관점이 결여된 사진문화를 경계하면서 언제 우리는 전시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지 묻기도 한다. 한국사진에 대한 저자의 속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은 더 이상 작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사진에 관한 생각도 확산돼야 한다.
스마트폰이든, 전문가급 카메라든, 기기(器機)의 성능 문제가 아니다. 사진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베껴내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담아내는
도구다. 이 두 책은 사진 한 장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넉넉하게 보여준다. 한국 사진평론도 이렇게 성숙하고 있다.
신수진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