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역사로 본 ‘광학 렌즈의 세상’
장인의 손길 거친 렌즈, 카메라 본체보다 ‘비싼 몸’이죠
“일식현상 제대로 보자” BC 4세기 개념 탄생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식 현상을 관찰하려고 암(暗)상자를 들여다보면서 렌즈의 개념이 싹텄다. 암상자의 원리는 어두운 방의 한쪽 벽 가운데 작게 뚫린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구멍의 맞은편 벽면에 거꾸로 맺히는 것이다. 암상자의 바늘구멍으로 불리는 작은 구멍이 커지면 빛이 많이 들어와 상이 흐려지고, 구멍이 작아지면 상이 선명해지는 현상이다. 오늘날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 역할이다.
카메라는 암상자의 원리에서 착안됐다. 초창기에는 빛이 들어오는 구멍만 존재하는 핀홀 카메라였다. 1550년대 이탈리아 물리학자인 칼다노가 바늘구멍 대신 렌즈를 부착한 카메라를 출시했다. 1839년 프랑스 파리의 화가인 다게르와 과학자인 니엡스가 공동으로 ‘카메라 옵스큐라’를 만들었다. 이것이 현대 카메라의 원형이다. 당시 화가들의 그림에만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빛의 원리를 이용해 실제 모습을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서 사진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탄생했다.
현미경·망원경에 쓰이며 기술 발전
카메라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더욱 선명하고, 사실적인 사진을 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현미경과 망원경에 사용되기 위해 고안된 광학렌즈가 카메라에 적용되면서 카메라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렇다면 디지털카메라에서 렌즈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눈’에 빗대면 렌즈는 수정체 역할을, 이미지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전하결합소자(CCD)는 망막의 역할을 각각 맡는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빛은 렌즈와 조리개를 통해 들어와 CCD에 닿는다. 미세한 화소가 세밀하게 배치되는 CCD는 우리가 흔히 100만 화소, 200만 화소 등으로 구분한다. 100만 화소급 카메라라면 CCD 안에 100만 개의 화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소 수가 많을수록 해상도가 높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빛의 양만 인지하는 CCD만으로는 흑백사진밖에 연출할 수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필터다. 필터는 렌즈와 CCD 사이에 색깔을 나타낼 수 있게 해 준다. 이렇게 렌즈·필터·CCD를 거친 신호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신호로 변환돼 메모리 카드에 멋진 사진으로 저장된다.
10만원~수백만원까지 가격도 천차만별
미니홈피와 블로그 문화의 웹 트렌드에 발맞춰 성장한 DSLR 카메라는 처음엔 전문가용 제품으로 나왔지만, 이제 유저들이 카메라 초보자부터 사진작가까지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크고 무거워 들고 다니는 게 부담되는데도 불구하고 DSLR 카메라 시장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우수한 화질과 첨단 성능을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의 취향대로 원하는 촬영 각도와 조리개를 가진 렌즈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즈는 피사체의 성격에 따라 용도에 맞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망원 렌즈를, 다른 상황에서는 광각 렌즈를 써야 한다.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이 다양한 렌즈에 혀를 내두르는 이유다. 촬영용 렌즈는 보통 ▶표준 ▶망원 ▶광각 계열의 렌즈 등으로 나눈다. 같은 종류에서도 고급형과 보급형으로 세분화된다. 또 10만원대의 저렴한 렌즈가 있는 반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전문가용 렌즈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렌즈들은 각각 용도가 있고, 이 렌즈들이 수요가 있어 다 팔린다.
광각 렌즈는 촬영 각도가 넓고 촬영 시 초점이 정확히 맞는 범위가 넓어 풍경 사진이나 기록 사진 촬영에 적합하다. 동시에 멀리 위치하는 피사체일수록 실제보다 더 작게 표현되는 특성으로 원근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표준 렌즈는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과 가장 유사한 사진의 촬영이 가능해 자연스러운 스케치나 일상의 모습을 담기에 적합하다. 대부분 적당한 촬영각도와 함께 밝은 조리개를 채용해 실내 촬영에도 좋다. 망원 렌즈는 주된 피사체의 형태는 뚜렷이 표현되지만, 뒷배경은 흐리게 표현하는 아웃포커스 기법에 맞다. 또 광각 렌즈와 달리 주된 피사체의 왜곡 현상이 없으며, 뒷배경이 흐려지면서 크게 확대되는 성향이 있어 초보자도 전문가처럼 극적인 촬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인물 촬영 시 가장 선호하는 렌즈다. 이밖에 꽃이나 곤충과 같은 피사체를 확대 촬영하기에 적합한 접사 렌즈 또는 매크로 렌즈가 있다.
이처럼 사진을 찍을 때마다 특정 환경에서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렌즈를 용도에 맞게 갈아 끼우는 게 좋다. 다양한 렌즈를 바꿔 끼울 수 있는 DSLR 시장이 주목받은 이유다. 최근에는 일반인에겐 다소 크고 무거운 렌즈와 조작법이 쉽지 않은 DSLR 카메라를 대체하는 ‘하이브리드형 카메라’가 등장했다. 이 카메라는 콤팩트 크기의 작아진 본체에 화질은 DSLR급 성능을 유지한다. 조작법이 간편해 누구나 쉽게 고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프로젝터·내시경 … 쓰임새 다양해져
렌즈는 망원경·카메라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장인의 손을 거쳐 탄생한 렌즈는 캠코더·프로젝터 등 정보기술(IT) 기기와 광통신용 장비, 현미경, 내시경 등 의료 시장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자제품의 기술 방향이 광학 제품화되는 추세에 힘입어 렌즈 시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휴대전화용 렌즈나 프로젝션 TV용 렌즈 등 차세대 광학 렌즈 시장은 IT산업 발전과 함께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작업으로 압축 과정 ‘반복 또 반복’
렌즈는 보통 카메라 본체보다도 ‘귀한’ 몸값을 자랑한다. 렌즈 제조 과정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최첨단 기계가 만들 것이라고 생각되는 렌즈의 제작과정은 의외로 장인의 섬세한 감각을 필요로 한다. 렌즈의 외형을 가공·연마하고 코팅하는 작업은 단지 몇㎜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대기 중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곡면의 깎이는 형태가 달라지기도 한다. 장인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여러 가지 혼합 가루 재질인 원재료를 믹서기에 적당한 비율로 넣고 섞는다. 여기에 높은 열을 가해 녹인 다음 서서히 저어준다. 이 과정이 끝나면 유리용액은 적당한 모양의 고체로 굳는다. 빛으로 비춰 보는 등의 품질검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렌즈로 가공되는 과정을 밟는다. 유리는 압축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거치며 동그란 모양의 렌즈 형태를 띠게 된다. 다이아몬드 커터로 불필요한 부분은 잘려지고 울퉁불퉁한 면은 그라인더로 연마된다. 렌즈의 타입에 따라 열이 가해졌다가 수작업으로 압축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섬세한 렌즈의 모양새를 갖춘다. 한 차례 더 달궈진 뒤 식히는 작업을 거친 렌즈는 깨끗하게 세척된 뒤 조립되면서 완성된다.
이처럼 렌즈는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탄생한다. 장인의 손길이 없다면 그저 쓸모없는 유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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